보도자료

[내외경제] 환경오염피해구제, 이제는 생존전략이다!

시민기자 2013. 10. 1. 14:44

 

논설실장, 공학박사, 기술사 문장수

10월이면 항시 자동차 손해보험사들로 부터 성가시게 전화가 온다. 보험갱신일이 월말쯤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운전사고로 제3자의 사망 또는 부상, 재물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위해 책임보험 또는 공제 가입이 의무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경미한 사고라도 발생하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해결하지 못한다. 화재보험 역시 유사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9월 27일은 구미에 있는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추석 연휴시기에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는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끼쳐 그 피해의 규모만큼 깊은 반성과 교훈을 가져다주었다. 해당 기업뿐만이 아니라 지방정부마저도 사고수습이 어려워 결국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사업장 관리 소홀과 미흡한 수습역량이 사고강국이라는 비아냥거림의 도마에 올라 원성이 자자했다. 사전예방은커녕 사후관리에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국내외의 평이었다.

환경오염 리스크 관리는 단순히 사회적 가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존속과 성과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요건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환경오염 사고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간과해 왔다. 단기적 안목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인 생존 전략의 토대 위에서 기업의 영속성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석유기업 셰브런(Chevron)이 환경오염 리스크를 소홀히 다룬 결과 세계 각지에서 환경오염과 관련한 심각한 소송 문제를 겪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에콰도르 사건이다. 에콰도르에서 수십억의 유독성 폐기물을 아마존 열대우림 유역에 방출한 결과 발생한 환경파괴 및 지역주민들의 질병이 사회문제가 되자, 2011년 에콰도르 법원은 셰브런에 190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11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해안 유전에서 3천 배럴 석유유출 사건으로 인한 소송 중이며, 아르헨티나 법원으로부터는 2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동결 판결을 받기도 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환경오염 문제로 인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대구역 개스폭발 사고 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대구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가스 안전관리 체계는 선진화됐다. 최근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유해화학물질 및 독성가스 누출 사고와 사용자 취급 부주의 가스 사고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30년대 초 미국 한 보험회사 관리인, H.W. 하인리히는 작은 사고가 큰 사고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통계적으로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1대 29대 300”이라는 “하이리히 법칙”이다. 하인리히는 업무상 7만 5,000여건의 사고를 정밀 분석해 사고에 의한 피해 정도를 대형사고와 소형사고, 경미한 실수로 구분했다. 한 번의 큰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사고가 29번 있었고, 운 좋게 큰 사고를 피하긴 했지만 눈에 보이는 위험에 노출된 “사고 날 뻔”한 경미한 실수가 300번이나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 법칙에 의하면 심각한 대형 사고는 우연한 계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대형사고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경고성 시그널을 주고 있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개연성이 잠재되어 있었던 경미한 실수와 작은 사고들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우리나라에는 2011년12월말 기준으로 대기․수질․폐기물․토양․유해화학물질 등 총 246,452개소의 배출시설이 있다. 대기오염물질배출 사업장은 총 46,716개소, 폐수배출사업장은 총48,266개소, 폐기물처리시설 및 승인 또는 신고대상 시설은 총 681개소, 특정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은 총 22,976개소, 유해화학물질의 영업소는 총4,054개소 등이 전국에 널리 분포되어있다.

 

이런 잠재적 사고위험 요소가 상존하는 배출시설들이 전국에 총 246,452개소에 시한폭탄처럼 산재해 있다. 소규모 사고에 대한 안일한 안전 불감증이 결국 수백,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사례는 전 세계에 비일비재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 재해율이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산업재해로 매일 5.5명씩 사망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18조1천 270억 원(2011년도 기준)이다. 작은 실수를 사전 예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커다란 재앙이 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안전 문화가 뿌리 깊이 정착하지 못했다. 어쩌면 사업자와 근로자, 그리고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아직도 “사고는 나와 무관하다”는 안일한 생각이 무의식중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뉴스는 사고가 없는 날이 없다. 사고는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고 방심하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사후 대책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한 범국민적 안전 문화 확산이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조짐이 나타나게 마련이니 경각심을 갖고 미리 대응한다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종합환경대응보상책임법을 1986년 수퍼펀드법으로 수정․보완하여 환경피해 발생시 결과책임으로서 고의․과실 및 위법성 여부를 불문하고 배상의무를 부과하는 엄격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은 환경책임법(1991년)을 환경책임대상, 인과관계의 추정, 정보청구권, 보험가입의무화 등을 대기, 토양, 수자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경오염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담보하는 환경책임보험 운영(의무보험)하고 있으며, EU역시 환경배상책임지침은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기업 등에게 환경파괴 예방 및 회복의 경제적 책임을 부과, 환경오염피해보험제도 운영(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하고 있다. 일본도 공해건강피해보상법(1973년)을 피해구제에 대한 원인자부담원칙을 확립하여, 피해자의 인 입증책임을 완화함으로써 1992년부터 임의보험 형태의 보험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불산 누출사고이후 그간 꾸준히 법제화 논의가 진행되었던 「환경오염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7월 발의되는 가시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는 사업자의 피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피해배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거나 기업 이미지 실추, 브랜드 가치하락 사업자의 지속가능한 경영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를 확립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업자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도모할 필요와 환경오염사고 발생시 피해자의 쟁송고통, 사고기업 도산, 국민세금 투입 등의 악순환 고리의 차단이 필요하다. 법률안이 기업에게 경영상 고충과 비용부담으로 작용하여 제조원가에 영향을 끼치고, 인력자원의 낭비를 가져온다고 비판하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빈발하는 사고는 기업과 국가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구미 불산누출 사고를 일으킨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환경오염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이 미리 도입되어 사고 발생 시 위험시설에 대한 책임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더라면 현재와 같은 참담한 사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 이전에 잠재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투자로 대형사고 자체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산업계는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법률안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현존하는 사고발생 리스크 때문에 기업 및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환경오염 리스크 관리는 시장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환경경영은 생산 및 유통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또한 기업의 장기 전략과 계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기업이 환경오염 리스크를 어떠한 수준으로 관리하는지는 투자결정의 중요한 변수이다.

 

시설에 잠재된 환경오염 리스크 관리를 목표하는 이번 「환경오염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은 기업에게 긍정적 기회와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잠재 리스크를 줄여 체질을 개선하여 지속가능한 성장과 친환경 경영을 중시하는 국제시장의 요구에 선제적 대응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영속적 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생존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