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 교수 (농학박사)르완다대학교 농업대학
아프리카의 식량난은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사하라 이남과 동아프리카가 지역은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동아프리카 연합은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콩고, 부룬디 그리고 르완다가 연합한 기구인데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르완다에서는 그렇게 심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보도에 의하면 연속 두해에 걸쳐 농산물의 수확이 많이 감소하여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물론 기후변화에 의한 가뭄이 원인이다. 동아프리카 연합의 이웃인 남수단에서는 400만 명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 그 중 5세 미만 어린이 5만 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어 원조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르완다의 경우는 국민들의 약 90%가 농촌지역에 거주하며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빈곤지수 이하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나마 가지고 있는 농토는 그 수확량이 매우 낮다. 이 나라 주식 중의 하나인 옥수수 재배를 보면 한 그루에서 한 두 개 밖에 열리지 못한다. 그 이유는 척박한 토양에서 자랐기에 튼튼하고 실하게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척박한 땅은 표토의 영양층을 유실한 자연 그대로의 경사면을 유지한 체 경작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만난 호주에서 온 선교사는 농촌 계몽운동을 하는데 산비탈 그대로 농사짓는 것을 갇웨이(God way)라고 하며 이들이 깨어 있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했다. 토양 유실은 곧바로 농산물 수확 감소로 이어지면서 농촌 사람들의 생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식량의 여유가 없음으로서 자녀들 교육이 어렵게 된다.
르완다의 지리적 조건을 보면 식량자원 부족으로 못 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산도 많고 강도 많은데, 그 자연조건들을 잘 활용 못하는 데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르완다도 각종 통계를 보면 매우 못 살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정치적인 면이나 국제 관계를 차치하고 식량재배 환경을 볼 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내가 보기에 연중 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매우 부럽기마저 하다. 이 나라는 국토의 약 6.3%가 호수이다. 그리고 강도 많고 그 지류들은 전국에 잘 흩어져 있고, 불모지도 없다. 국토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4분의 1 밖에 안 되고 방대하지도 않아서 관계시설만 잘하면 연중 곡식이나 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이다. 식량 문제만 해결하면 그 다음 2차, 3차 산업 발전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왜 이 나라가 먹을 것이 부족할까? 다시 한 번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도 토양침식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토양 침식은 토양의 표면이 깎여 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형태에 따라서도 학문적으로는 여러 형태로 분류 하지만 그 중에서도 빗물에 의한 침식이 가장 심각하다. 자연 상태에서 1cm 두께의 토양이 만들어지려면 4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사면의 토양이 빗물에 의해 흘러 내려가는 것은 한 순간일 수도 있다. 토양은 식물과 동물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모든 생명 유지 활동이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토양을 보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자연 질서를 인간이 갖가지 명분으로 나무를 베고 경작하거나 주거지 확보 및 근대화 과정에서 자연 생태를 파괴함으로서 비롯되는 토양 유실이 심각한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고 풀을 제거하여 지표면이 노출되면 토양이 건조해지고 건조한 토양에 비가 내리면서 토양 유실이 시작된다. 빗방울이 높은 구름으로부터 상당한 속도와 힘으로 지표면을 강타하면 미세 토양입자가 튀어 오르게 되고 튀어 오른 입자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경사각을 이루며 떨어질 때 비로소 토양 침식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가 내리면 토양은 어느 한계 까지는 빗물을 흡수하지만 그 한계점이 넘으면 흘러내리게 되는데 경사면이 길면 점점 그 속도가 가속된다. 속도가 가속되면 상당한 힘을 가진 물이 흘러내리며 지표면을 훑어 깎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이 토양침식을 막는 길이다. 우선 경사면의 길이를 짧게 하고 경사각이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명제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사면 경작지는 단연코 계단식으로 만들어서 지표면을 수평으로 유지하고 경사면 길이를 짧게 함으로서 물 흐름의 속도를 줄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양분토의 유실을 막고 농작물의 증산도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침식에 의해 표토의 영양층이 유실된 후에 일어나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토양의 산성화이다. 작물이 잘 자라지 않으므로 화학비료에 의지하게 된다. 화학비료는 황산암모늄 등 산성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식물이 성장에 필요한 질소, 인산, 칼륨 등을 섭취한 후에는 황산과 같은 산성성분이 남게 된다. 이 때문에 토양은 산성화가 촉진되고 지력이 점점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종국에는 토지를 더 이상 이용하기 어려워지고 회복불능 상태가 되어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곳 르완다에서 가끔 많은 경비를 들여 계단식 경작지를 조성한 곳을 가보면 놀랍게도 표토를 유실시키고 기계적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아주 잘못된 시공상태를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식량 증수는커녕 많은 자본을 들여서 식량감소를 시킨 경우가 되는데 이 또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계단농법의 시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표토를 아껴서 시행해야 하는데 그저 계단 형태로만 만든 경우인 것이다. 계단을 만들 때 우선 표층 토를 한군데 모아 놓고서 아래층의 토양을 수평으로 만든 후에 표토를 다시 뿌려서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배려심 가진 정성으로 계단농법을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 경사진 밭에 가보면 영양토가 물에 혼합되어 씻겨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현상을 볼 때면 아깝고 안타깝다. 어떻게 해서든 영양층의 흙을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토양침식 방지 활동이 토양보존이고 토양보존이 농작물 수확량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오랜 세월동안 자연의 섭리로 만들어진 토양을 이용하여 농작물을 수확한 후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를 갖추는 미덕을 가지고 농사를 지었다. 과수원의 예를 들면 과일을 수확한 후 감사하다는 뜻으로 예비(禮肥)라 하여 겨울철에 땅을 파고 유기물 퇴비를 듬뿍 시비함으로서 지난해에 과일이 흡수한 양분을 다시 보충하며 과수원을 운영해 왔다. 예비로는 화학비료보다 유기물비료를 주어 매년 수확량의 감소 없이 과수원을 잘 운영해 왔던 것이다. 또한 농민들은 과학적으로 공부하기 이전의 예날 부터 윤작(輪作)이라 하여 한 번 수확한 작물을 다시 그 곳에 심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 파종하는 현명함을 발휘하며 농사를 잘 지워왔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작물을 돌려짓기하고 또 객토(客土)라 하여 다른 지역의 흙을 비료처럼 공급하여 미량원소 결핍을 막으며 농사를 잘 지어왔던 것이다.
요즈음 월드뱅크(World Bank) 보고에 의하면, 최근 식량 가격이 급등하여 이집트, 아이티 등 빈곤국가에서 식량폭동을 일으켰던 사례도 있으며, 브라질, 베트남, 인도, 이집트 등은 식량수출을 제한하거나 조절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을 비롯한 식량강대국들이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는 이즈음 모든 나라들이 자급자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정된 땅에서 단위면적당 생산량(Biomass)을 높여야 한다. 그 첫 번째 노력해야 할 문제가 토양침식을 막아 지력을 높이는 일이다. 토양침식을 막는 방법으로는 빗물의 흐름을 최대한 줄이고, 가능한 한 빗물을 땅 속에 저장했다가 서서히 흘러내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모든 경사지에서 가능하면 농지 표면을 수평으로 하고 등고선 방향으로 이랑을 만들어 물의 흐름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를 많이 심어 소위 녹색 댐을 만들고, 계단농법(Terracing)으로 경사면을 경영하고 테라스와 테라스 사이 둑에는 목초나 다른 채소 등을 심어서 농경지를 최대한 잘 경영하는 게 중요하다.
계단식 농법으로 성공한 사례는 많다. 베트남 산간지역의 사파(SaPa) 지역, 중국의 계림이나 윈난성 등의 계단식 농업 그리고 필리핀 루손(Luzon) 섬 고지대의 이푸가오(Ifugao) 지방에 형성된 계단식 논은 2,000년 동안 산등선을 따라 만들어진 고지대에 논들이 있다. 이런 곳을 보면 인간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이곳 아프리카도 이러한 방법을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느껴진다.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토양침식을 막을 수 있다. 소작농들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품앗이” 라고 하는 협동 정신을 도입하면 자본도 들지 않고 각자 자기의 경작지를 수평화 하여 영양층 침식을 줄이도록 노력하면 화기애애한 사회 건설함과 농가 소득도 올릴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는 꾸준히 퇴비를 증산하여 유기물을 공급하여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키고 땅을 부드럽게 하면 산간지방에서도 생산량을 뚜렷하게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좋은 기후조건과 농지경영을 현명하게 조화시켜 녹색혁명을 통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생각된다.
'보도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외경제] 기후변화 대응, 대체 에너지가 대안이다 (0) | 2014.09.29 |
---|---|
[내외경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주신 소통의 지혜 (0) | 2014.09.13 |
[내외경제] 녹색건축인증(G-SEED) 정부지원에 힘입어 수요증가 (0) | 2014.08.27 |
[내외경제] 관심병사 대책은 없는가 (0) | 2014.08.12 |
[내외경제] 좋은 씨앗과 나쁜 씨앗은 열매를 보면 안다 (0) | 2014.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