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지록위마(指鹿爲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민기자 2013. 9. 16. 12:55

 

논설실장, 공학박사, 기술사 문장수


사기(史記)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전하는 이야기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진시황제는 천하통일을 하고 북쪽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2.700km의 만리장성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그는 여행 중에 객사를 하였고, 환관 조고는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를 2세 황제로 삼았다. 호해는 “천하의 모든 쾌락을 마음껏 즐기며 살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어리석은 데가 있는 황제였다. 조고는 이 호해를 이용하여 경쟁 관계에 있던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한 마음에 들지 않은 반대파들을 숙청하면서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환관으로써 승상의 자리에까지 올라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였다. 그러자 조고(趙高)는 황제의 자리까지 욕심이 들어 모반을 일으키려는 역심이 생겨났고, 여러 신하들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자기를 반대하는 중신들을 가려내기 위한 묘수를 궁리 하였던 것이다. 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사슴(鹿)을 2세 황제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말(馬)입니다.” 2세 황제가 웃으며, “승상이 잘못 본 것이오. 사슴(鹿)을 일러 어찌 말(馬)이라 하오?”라고 말했다. 황제인 호해가 말을 마치고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자, 묵묵부답 잠자코 있는 사람보다 “말(馬)이오”라고 조고의 말에 긍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말(馬)이 아니고 사슴(鹿)이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고는 부정하는 사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뒤집어 씌워 죽였다. 그 후로 궁중에서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후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비유할 때 이 고사가 흔히 인용되었다. 이것이 요즘에 와서는 그 뜻이 확대되어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서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재빠른 모방자를 추구해 온 한국 기업들의 발전과정은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시 정부주도의 산업정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압축식 성장을 위한 정부 주도의 산업화 전략, 수출 지향적 공업화 정책,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외자 의존 자본축적, 성장 우선의 개발정책 등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사업전략을 추구하기보다는 정부가 제시하는 산업화 정책에 맞춰진 사업전략을 구사하면서 “모방 전략(Fast Follower)”으로 급성장을 하여 왔다. ‘70년대 화학 산업 및 건설, ’80년대 에너지, 전자, 전기 업종, ‘90년대 카드, 캐피털 등 금융서비스사업에 재벌기업이 예외 없이 참여해 왔던 사실은 정부의 정책에 편승해 온 국내 기업의 핵심 사업전략이었다.

즉 해외로부터 원천기술과 핵심부품 소재를 도입하여 제품 상용화 기술을 축적, 범용부품과 소재 등을 조립해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의 초점은 생산설비의 증가 및 근대화, 비용 절감 그리고 제품의 품질 개선에 집중하면서 도입기술을 개량하고 상업화하는 능력, 값싼 노동력 등 비용우위를 가장 큰 경쟁력으로 삼게 되었다.

모방자 전략의 성공은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부각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대일무역적자는 수입의 막대한 부분이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핸드폰 출하량은 2002년 9,200만 대에 불과했지만 2005년에는 1억 8,300만 대로 세계 3위의 휴대폰 생산국이 되었지만, 해외에 지불한 CDMA 원천기술 로열티 액수는 연간 5,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기업은 창조적 전략이 없고, 아직도 모방 전략(Fast Follower)이 대세이며, 위험회피 성향으로 인해 혁신투자 마저도 기피하는 경향이 짙다고 외국의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고위험 장기투자를 가로막는 위험회피 성향은 기업의 자금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가계 대출 비중은 1998년 32.2%에서 2005년 56.5%로 확대되면서 2013년에 들어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에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너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은행의 자금공급이 줄어들고 기업들은 돈을 쓰지 않는 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기업의 투자 부진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클 수밖에 없다. 선진외국의 경우 설비투자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최근 미국과 일본의 제조업 비율이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국내 대표기업들은 글로벌 선도기업에 비해 R&D 투자액 비율이 크게 떨어져, 미래지향적이고 위험성이 높은 성격을 띠고 있는 하이테크놀로지 업종의 투자는 더욱 부진을 면치 못하고, 하이테크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 집약도가 3.7%인 반면 선진국 기업은 5.6% 수준에 달한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경기침체를 탈피하고자 부활을 위한 성장전략인「일본 재부흥전략 」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디플레이션 기조를 불식하기 위한 금융정책, 소비의 선순환구조 구축을 위한 재정확대정책과 성장전략으로 일본 재부흥전략을 야심차게 발표하였다. 「일본 재부흥전략 」은 3대 정책계획, 13대 전략분야, 170개 시행과제로 구성되어 있고, 중장기경제성장 목표로 노동생산성 2%이상 향상, 향후 10년간 명목 GDP 성장률 3%, 실질 GDP 성장률 2%와 1인당 명목국민총소득(GNI) 150만엔 이상 증가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IMF나 국제금융기관에서 한국의 실질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예측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미국의 경제 그리고 BRICS, 동남아의 경제상황을 견주어 볼 때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전략이 마련되어야만 된다. 국정목표의 하나인 창조경제를 화두로 총체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창조경제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미래과학부의 창조경제의 주요업무보고를 보면, 전략적 접근에서 볼 때 매우 단순한 현상타파적인 것은 아닐런지 우리에게 와 닿는 뭔가(feel)가 사뭇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아이콘 부처인 미래부의 2013년도 대통령 업무보고의 자료에서 “과학기술과 ICT로 창조경제와 국민행복 실현”이라는 표제 하에 “자원은 없으나 창의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국정정책이라는 면에서 사뭇 부푼 기대감이 앞선다. 하지만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5대 정책에 20개의 세부 추진과제의 내용에는 별로 색다른 그야말로 창조경제를 기축으로 하는 성장정책이나 과제들이 기존의 추진업무의 연장선에서 실현목표를 설정한 기대 이하라고 하는 세간의 지탄을 받을 만하다. 이는 미래부에 기대하는 국민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미래부 최문기 장관은 “창조경제도 코끼리처럼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할 것”이라며, “연구를 케이스 스터디 하듯 하는 것은 R&D가 아니다” 라고 한다. 이것은 “모방자 전략”을 답습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규정에 얽매인 엄격한 관리방식의 R&D는 자율과 재량이라는 R&D의 속성과 사업화라는 본래의 창의와 혁신을 옥죄는 결과가 될 것이고, 창조정신의 토양이 되는 혁신에도 한계성을 들어 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단기위주의 성과관리만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어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창조경제는 기본적으로 혁신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창의성(Creativity)과 위험감수(Risk Taking)가 필요충분조건이다. 즉 혁신의 방정식을 보면 혁신(Innovation)= 창의성(Creativity) × 위험감수(Risk Taking) 라는 공식이다. 창의성과 미래의 불확실한 창조적 계획을 기꺼이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위험감수 정신이 결집되어야만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창의성과 위험감수 정신이 극대화 되었을 때 혁신전략의 목표를 성공리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창의성이 결여되고 위험감수를 꺼리게 될 때에는 유지자 전략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인 마이클 포터는 세계지식포럼에서 “모방은 전략이 아니다” 라며, “한국기업은 지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창조적 전략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서 다시 일어서느냐 추락하느냐의 중대 시점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에 있는 미래부의 위상과 혁신적인 전략이 지록위마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