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 교수 (농학박사)르완다대학교 농업대학
필자가 4년 전 처음 이곳 아프리카 르완다에 KOICA단원으로 도착했을 때 기후가 좋다는 것을 느끼고 부럽기까지 했다. 나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식량 부족이라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나라는 전 국토가 구릉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러므로 경작을 할 만한 들판이 넓지 않아 먹거리를 주로 산간에서 확보하고 있다.
기후는 연중 우리나라 늦여름이나 초가을 정도의 날씨이고 계절은 비가 내리고 안 내리는 건기와 우기로만 나눠져 있다. 그나마 건기는 소 건기와 대 건기로 두 차례 있지만 그 기간도 짧아 심한 건기가 아니다. 이 나라는 호수도 많고 강도 많은 편이다. 그러니 관계시설만 잘하면 연중 필요한 농작물을 계속하여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식물 생장 기간이 불과 5개월 밖에 안 되는데 슬기롭게 자연을 이용할 뿐 만 아니라 인공적으로 노력하여 요즘은 계절 감각 없이 제철 과일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언제나 과일이나 채소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 나라 산에는 유카리나무(Eucalyptus spp.)가 일색이다. 유카리나무는 생장력이 매우 좋아 벌목해도 새 싹이 나와서 다시 숲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니 이 나라는 언뜻 보면 모든 산이 숲이 잘 가꾸어 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흉고직경(가슴높이의 직경)이 굵은 나무가 드물다. 이것은 나무가 한참 자라는 성장기에 베어서 숯을 구어 사용하기 때문에 산의 임목 축적량이 늘어날 수가 없다. 장령기(壯齡期) 나무가 1년에 자라는 양은 유령기(幼齡期)나무가 10년 동안 자라는 양 만큼 자라게 된다는 것을 모르고 무차별 베어내어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안타깝다.
또한 유카리나무는 타감작용(他感作用, Allelopathy : 식물이 성장하면서 일정한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주변의 식물의 성장이나 발아를 억제하는 작용)이 다른 나무에 비해 상당히 강하다. 그러니 숲 속에 다른 식물들이 거의 성장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숲이 있어도 지표면의 토양 침식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잘 발달된 유카리나무 숲은 뿌리 부분 토양속이 스펀지 (sponge) 작용을 하여 비가 내릴 때 상당량 물기를 흡수하여 일시에 빗물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빗물저장 작용을 한다. 그렇게 저장된 물이 중력에 의해 서서히 산 아래로 흐르게 되므로 상당기간 가뭄이 닥쳐와도 계곡에는 물이 있고 나무나 식물 그리고 곡식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숲의 육성이 필요하며 숲의 확산은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각종 동물과 곤충의 서식지가 되면서 먹이사슬의 자연 질서가 이루어지게 된다. 인간도 생태계 한 구성원으로서 자연히 숲으로부터 얻어지는 혜택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의 역학관계를 모르고 식량안보 우선을 강조하면서도 숲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나라의 국토가 대부분 산비탈 경사면인데 그 상태대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우기에는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영양층 토양을 깔끔하게 쓸어 내려 토양 침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산이 파괴되어 토양침식이 심하게 이루어져서 농작물의 수확량을 크게 감소시키며 식량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도시 상업지역은 주민들은 식량을 구매하여 먹기 때문에 식량부족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산물을 수확하여 먹고 남는 양을 시장에 내다 팔아서 생활을 하게 되는데, 소출이 부족하면 여유가 없게 되어 생계마저 위협을 받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부득이 지출해야 할 일이 있으면 먹는 것부터 줄이게 마련이다. 그러니 언제나 빠듯한 살림살이의 가난한 사람들의 식생활은 언제나 영양결핍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어린이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성인들은 능동적으로 활동하며 음식물을 구입할 수 있지만 어린이들의 경우는 다르다.
아프리카의 유아 출산율은 매우 높다. 르완다의 경우는 2010년 4.99로 세계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아프리카 국가인 니제르로 6.89명이고 말리(6.16명), 부룬디(6.14명), 소말리아(6.08명), 우간다(5.97명) 등의 순이다. 한국과 공동으로 영국령버진아일랜드는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19위로 매우 낮다.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 여성들을 보면 배부른 임산부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이 나라가 출산율이 높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듯 출산율은 높아도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 시킨다. 종교적인 영향으로 낙태 등 인공유산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이혼율도 높아서 젊은 엄마들이 결혼을 여러 번 하는 경우도 있으며 젖을 먹이는 관계로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들의 양육을 위해 직업이 없고 노동력도 없는 엄마의 몫에서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엄마들의 생활은 열악할 수밖에 없고 연명을 위한 음식들은 조악하여 어린이들에게 적당치 않을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간선도로 변의 어린이들은 그래도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로를 벗어나 조금만 깊숙이 산간으로 들어가면 이내 곧 그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남루한 차림이나 용태를 보면 가난하여 나타나는 “콰시오커 (Kwashiorkor)” 현상의 어린이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콰시오커란 가나어에서 유래한 말로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 큰 아이가 걸리는 병으로 동생에게 엄마 젖을 물려주고 곡식이나 감자 등 조악한 식사로 인해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1~4세의 유아기에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키가 자라지 않으며 머리와 배만 커지고 팔다리의 살이 없어 가녀린 모습으로 길거리에 앉아 있는 어린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세계적으로 약 2억 명에 달한다고 유엔 아동기금(UNICEF)은 보고하고 있다. 이중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나라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영양실조가 심한 어린이들에게 유니세프는 “플럼피너트(Plumpy nut)”라는 음식을 제공한다.
이 음식은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들어 있는 즉석 영양식으로 땅콩, 설탕 등과 각종 비타민을 섞어 만든 고열량 영양식으로 기아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게 이미 1999년부터 공급되어 왔던 “영양치료식”이다. 영양실조는 섭취하거나 흡수하는 에너지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이러한 일차적인 영양실조는 주로 기근, 전쟁 등으로 식량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데 후진국에서 보이는 영양실조의 대표적 형태이다.
필자는 이곳 르완다에서 4년이 넘게 생활하면서 함께 온 아내와 같이 300여 평의 뜰을 가꾸어 무, 배추는 물론 대파, 부추, 상추, 쑥, 참나물, 미나리 등 20여 가지의 한국 채소를 기르며 한국보다 더 한국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메주를 띄워서 간장, 된장 그리고 고추장을 만들어 먹고 있으며, 최근에는 바다가 없는 이곳에서도 민물고기로 젓갈을 만들어 김치를 담가 먹고 있다. 이러한 생활모습을 함께 사는 현지인들이 눈으로 보면서도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의 고정된 의식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로부터 원조를 제공하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는데, 효과적인 원조를 생각할 때이다. 어려운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한 원조방식을 바꾼다면 그들을 사랑으로 다가가 마음으로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 된다. 이미 많은 원조 공여국들이 플럼피너트 같은 공산품을 공급하면서 자국의 기업이 성장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경제적·물적 원조를 우리 기업이 참여하여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문적으로 입증된 고영양식인 발효식품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일컫는 콩으로 만든 청국장, 된장 및 젓갈 같은 음식은 대표적 한국브랜드인 것이다.
지금 당장 운반과 보관에 문제점이 있다면, 휴대성과 운반이 용이한 환자들의 회복식, 등산 및 레저용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는 "플럼피넛"처럼 원조식품으로 개발하여 세계를 무대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한다. 산유국이 아니면서 우리의 슬기로운 기술로 주요 석유수출국이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가 이제부터라도 식품연구소나 관계 기관이 힘을 합치면 국익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일구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어린이들이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은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희망과 꿈이 가난하다고 좌절로 마무리하도록 방관할 수는 없다. 우리는 국경 없는 사랑의 정신으로 어린이들을 돌봐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태어난 것은 신의 선물이지만, 그들이 어떻게 자라는가는 그들이 신에게 드리는 선물인 것이다. 그러니 지구촌 어느 곳에서든 가난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가 없도록 그들 하나하나가 신에게 드리는 좋은 선물을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 의무이자 사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도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외경제] 환경산업 해외수출기업 100개사 육성, 『해외수출 기업화 지원사업(Green Export 100)』시행 (0) | 2014.07.29 |
---|---|
[내외경제] 지구촌 시대의 걸 맞는 이름 (0) | 2014.07.29 |
[내외경제] 통즉불통(通則不痛)이오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 (0) | 2014.07.16 |
[내외경제] 국토부, 국민안전 위협하는 건설기술진흥법 폐지와 기술사법 선진화를 촉구한다~! (0) | 2014.07.15 |
[내외경제] 친환경 접착제 선점 국가, 세계시장을 장악한다 (0) | 2014.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