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내외경제] 지구촌 시대의 걸 맞는 이름

시민기자 2014. 7. 29. 12:35

 

함미자 명예특임교수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사람이 언제부터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마 유사이전부터 사용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이름은 평생 동안 불리어지고 또한 후세에도 남는 것으로 뜻도 좋아야 하고 부르기도 좋아야한다. 또 이름의 의미를 본인의 인생목표 또는 삶의 태도로서 여기며 살아가게 된다. 이름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 같지 않아 한번 지어 준 이름은 평생을 써야 하므로 한평생 삶과 운명을 좌우한다고 하기도 한다.

 

2000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총 288개의 성씨가 있는데 이중 외래성씨가 140개 정도 된다. 우리나라 오천만 명의 인구는 저마다 성씨를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성씨를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오래 된 역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 초만 해도 성씨 있는 양반은 10%뿐이 안 되었는데 조선중기 양반계급이 족보를 가지게 되면서 부터, 평민들도 각 씨족 별로 구전 해오던 자료에 의하여 족보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토착민들은 지역별 연결에 따라 동일 씨족으로 족보를 가지게 되었다. 이는 고조선시대 이전과 그 이후 성씨를 가지지 않고 이름만 가졌던 시대가 더 오래된다는 의미이다.

 

한편 일본 성씨(姓氏)의 유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오랜 내전으로 남자들이 너무 많이 전장에서 죽자, 왕명으로 모든 여자들에게 출산을 장려하였고, 아기 이름은 태어난 장소를 따라 지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도 전래되어 일본인들의 성(姓)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에서 성씨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은 300 성씨가 못 되는데 그들은 10만 개도 넘는다고 한다.

 

중국 성씨(姓氏)에 관하여 중국 사회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중국성씨대사전’에 따르면 역대 중국에서 사용돼온 성씨는 2만3천813개다. 이 가운데 현재 통용 중인 성씨는 7천여 개다. 중국의 성씨 가운데 한 글자 성은 6천931개, 두 글자 성은 9천12개, 세 글자 성은 4천850개, 네 글자 성은 2천276개, 다섯 글자 성은 541개, 여섯 글자 성은 142개, 일곱 글자 성은 39개, 여덟 글자 성은 14개, 아홉 글자 성은 7개, 열개 글자 성은 1개다. 열 개 글자로 된 성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우리나라 텔레비전에 이름과 관련된 코미디 프로가 방영된 적이 있다. 옛날 어떤 귀한 집 외아들에게 오래오래 장수하라고,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 등 장수 동물과 전설의 인물 등을 나열한 긴긴 이름을 지어주었다가, 도리어 귀한 자식을 잃을 뻔했다는 우스개였다.

 

실제로 스리랑카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작은아버지, 고모, 이모들이 각자 한 가지씩 이름을 지어주어, 이름이 여덟 개나 되는 사람이 많다. 아일랜드에서는 아버지의 성씨가 Cormic인 경우, 아들은 이름 앞에 ‘Mac’을 붙여 성씨가 ‘MacCormic’이 되어, ‘Cormic씨의 아들’이라는 뜻이 되고, O'Sullivan의 경우는 Sullivan씨의 손자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구권에는 성씨에 화폐단위를 표시하는 ‘달라 (Dollar)’도 있고, 남편이라는 뜻의 ‘허즈번드(husband)’도 있다. 또 머리가 금발인 사람의 성씨가 검은색을 뜻하는 ‘블랙(black)’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키가 아주 큰 사람의 성씨가 ‘스몰(small)’인 경우도 있다.

 

중국 사람의 경우 영문으로 표기하면, ‘길다’라는 뜻인 “롱(long)”이라는 성씨도 있다. 이런 성씨를 가진 자녀들은, 특히 성씨와 생긴 모습이 다를 경우, 어려서부터 놀림의 대상이 되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일본인 동료 중에 한자로 ‘빼어난 지아비’의 뜻을 가진 ‘히데오(秀夫)’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는 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통풍에 걸려 부인이 늘 별식을 만들어야 하는 고통 아닌 고통을 겪고 있다. 그래서 ‘빼어난 지아비’는 커녕 오히려 ‘웬수(원수)’로 불린다고 실토한다.

 

또 부탄의 고위 공직자 중에는 생긴 모습이나 성품이 착한 흥부를 연상케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의 성씨가 ‘Norbu’라, 그를 볼 때마다 흥부의 고약한 형 ‘놀부’가 떠올라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필리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버젓이 예수(Jesus)를 사용한다. 또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들에게 아이 때의 애칭인 베이비(baby), 엔젤(angel), 보이(boy) 등으로 계속 불러주고 있어 헷갈릴 때가 많다.

 

또 북태평양의 섬나라에 가면, ‘네나 네나’ 혹은 ‘알버트 알버트’ 등과 같이 성씨와 이름이 똑같은 경우가 적지 않아, 가끔 잘못 표기된 것이 아닌가 착각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 중에도 영어로 표기할 경우 같은 성씨를 각양각색으로 표기하여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Ghym’으로 표기해서 체육관을 뜻하는 ‘Gym’과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또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Cho’로 표기하는데 개중에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 한다며, “Chough”라고 표기하여 기침이라는 영어단어 “Cough"와 혼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 처음에 ‘함’씨 성을 ‘Ham’으로 표기했더니, 미국 사람들이 ‘햄’으로 읽는 바람에 ‘m’자를 하나 더 추가해서 ‘Hamm’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Hamm’이 남편의 성씨인줄로 착각하고, 남편이 독일 사람이냐고 물었다. 독일 함부르크 옆 동네에 ‘함’씨들만 모여 사는 도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중국에 가면 공자 맹자의 반열(?)에 드는 이름을 가졌다며 애교 섞인 농담을 듣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여자 축구선수, ‘Meeya Hamm’과 성씨랑 이름이 거의 비슷하다며, 혹시 친척이 되냐고 자주 물어온다.

 

날로 한 지붕, 지구촌 시대가 되어 가는 때에 새로 태어나는 우리의 후손들이 모든 분야에서 주역으로 뛰게 하는 데는 이에 걸맞은 이름을 지어주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국제어가 된 영어, 혹은 다른 외국의 언어로 표기할 경우라도, 평범하면서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름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유형무형한 사물의 개념을 나타내고, 각 사물을 구별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다. 만약 사람이든 사물이든 이름이 없다면, 얼마나 큰 혼란이 생길지 상상할 수도 없다. 이름의 형태는 국가나 민족, 또는 사회나 문화에 따라 복잡 다양하며, 각기 다른 유래와 의미를 지닌다.

 

하루가 다르게 하나의 지구촌으로 변모해 가는 요즈음, 무엇보다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어준 이름을 지켜가면서 이름을 훌륭하게 가꿔가는 것은 작명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제는 우리의 이름이나 자녀들의 이름을 작명하는 데에도 국제적인 감각을 가미해야겠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면면을 보면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성씨와 이름을 합한 세 글자는 지금 살고 있는 이시대의 이름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오래 기억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