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내외경제] 아프리카 사막화 방지, 아궁이 개량부터 시작해야!

시민기자 2014. 8. 11. 11:13

 

 

김영모 교수 (농학박사)르완다대학교 농업대학

 

 


아프리카에 와서 사막화라는 말
을 자주 듣는다. 사막화란 “토지가 갖는 잠재능력의 저하 또는 파괴의 결과 최종적으로 사막상태에 이르는 현상”이라고 UN은 정의한다. 사막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후 변화이지만, 그 원인은 인구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자원들을 공급하기 위하여 산림파괴를 시작으로 목축과 경작지의 확대와 목재연료의 과다채취, 관개 시설 부족으로 물을 효과적으로 활용 못하며, 도시화와 인구집중에 따른 부작용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사막이 점점 넓어지는 경우보다 가뭄과 기상 이변으로 경작하던 농토가 지력이 쇠퇴해짐에 따라 사막으로 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산이 파괴됨으로서 지면이 노출되고 경사면 그대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행위가 지력을 악화시키는데다 강우에 의한 토양침식이 심화된다. 이곳 아프리카 지역의 사막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는 관점이다.

 

지구상에는 육지 면적의 10%가 넘는 사막이 있는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사막화 진행 속도가 60년대보다는 7~80년대가 빨랐고, 근래에는 매년 24만여 ha씩 넓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토지의 면적은 36억ha로 지구상의 전체육지 면적의 약 4분의 1이나 되고,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 또한 약 9억 명이나 된다고 유엔 환경계획(UNEP)은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2010년 르완다에 도착하자마자 필자의 눈에는 그러한 안타까운 현실이 비쳐져서 백방으로 산림파괴를 막거나 경감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력했지만, 아무도 그러한 내 말에 귀 기우리거나 그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었다.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목재를 벌채하여 재래 방법으로 벌목지에서 숯을 만들어서 산발적으로 가까운 시장이나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었다.

 

르완다의 목재연료 소비량은 연간 3백만 톤 이상을 소비한다. 그 중 숯으로 2백여 만 톤을 소비한다고 하는데, 숯은 목재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양의 4배에서 7배를 더 소비하는 셈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수도 키갈리 같은 숯의 대량 소비처에는 국립공원 주변의 임업회사로부터 주로 공급받아 소비하고 있다. 그러니 목재가 자라는 양보다 벌목하여 이용하는 양이 더 많아 산의 임목축적량은 점점 감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도상에 대단한 산림대로 표시돼 있는 곳이 현지에 가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는 곳이 많다. 산림파괴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산림파괴에 의한 폐해는 인간의 삶마저 위협하게 되는데, 서서히 느끼지 못할 정도로 파괴가 진행되다가 자연이 더 이상 감당 못할 때는 재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사헬(Sahel) 지대이다. 아랍 어로 “변두리”라는 뜻을 지닌 이 지대에서 1972년과 1973년 그리고 1982년에서 1985년 사이에 각각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과 가축이 사망하게 되었던 사건을 맞게 되었다.

 

수 천년 동안 별다른 자연의 재난이 없었던 이 지역에 단순한 자연적 재난이 아닌 인간이 파괴한 자연으로부터 초래된 환경 재앙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국제연합환경개발회의(UNCED)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약을 채택(1994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은 그 실천계획을 이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산림녹화는 1872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아버데이(Arbor Day:식목일)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은 8 ·15광복 이후 매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하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날로 삼고 있다.

 

한국은 산림녹화의 성공적 경험을 가진 벤치마킹의 나라다. 당시 녹화운동을 거국적으로 벌이는 이유는 산에 나무가 없으면 기후불순 ·수원(水源)고갈 ·홍수피해 등이 생기고, 특히 땅이 황폐화되며, 목재를 수입에 의존하게 되므로 국민경제에 압박을 받게 된다. 또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처를 잃게 되어 멸종위기에 처하며, 푸른 숲이 없는 황폐화된 자연환경은 국민의 건전한 정서생활을 저해하여 퇴폐와 타락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아프리카에 속하는 르완다 역시 사헬지방의 대 재앙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필자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산등성이마다 개발하여 주거지나 기관, 학교 등이 자리 잡아 산이 많은 이 나라의 계곡들은 이미 물이 흐르지 않고 말라버린 상태이다. 그래서 호수가 많은 이 나라이지만 이미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 가정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제안으로 필자가 “아프리카 산에 녹색 모자를 씌우자(내외경제, 2014. 06. 03)” 라고 기고한 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곳 농업대학 내에 농촌 봉사단을 결성하여 문맹자들을 깨우쳐주는 일 외에 부엌 아궁이 개량, 농경지 테라스(계단식 농법) 만들기를 지도하고 있다. 봉사단원들에게는 이 나라 계몽의 선두에 있다는 자긍심을 길러주고 있다. 경사가 가파른 지역이 홍수 때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계단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 교정 안에 개량부엌 모델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학생들에게 지도를 하고 있으며, 한 아궁이에 솥을 2개 걸어서 동시에 2가지 조리를 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만들었다. 사용에 매우 편리하고 연료를 30%에서 50%나 절감이 된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자기 집에 적용 할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이들의 수용 속도가 매우 늦은 것 같다.

 

그러므로 숯을 연료로 사용하는 행태가 염려스럽고 안타까운 실정이다. 숯을 굽는 과정에서 상당한 연료를 소비하여 구워내기 때문에 많은 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편리성만 생각하는 관계로 숯을 사용하는 외의 다른 개선 방법 등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르완다 정부는 2020년까지 목재연료 소비를 현재 97%에서 50%까지 낮추고 입목 축적량도 현재 ha당 1.55㎥에서 4㎥로 늘리겠다는 의욕에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획기적인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계획에 불과한 공염불이 되기 쉽다. 필자가 이곳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 나라는 기초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관계로 자원의 순환이용이 전반적인 분야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필자가 이 나라 연료정책이 산림파괴의 주범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산을 보존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서 우선 목재연료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던 차에 우연히 르완다 지하에 약 155만 Mton의 토탄(Peat)이 매장돼 있다는 보고를 접하게 되었다. 자세히 알고 보니 MININFRA(건설부)의 전기와 물 담당부서(EWSA)가 토탄에 관한 관심을 갖고 산업용으로 이용하는 것을 고려하여 일부 토탄을 채취하여 시멘트 공장에 납품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 나라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고 토탄이 열량이 낮고 연소시 연기가 많아 부가가치가 있는 자원이 아닌 관계로 운송문제 등 전국적인 보급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필자가 대학당국으로부터 “토탄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자금을 받아서 우리나라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의 최영찬 박사와 동원엔지니어링(주) 박진희대표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토탄의 산업적 이용은 물론 톱밥, 커피껍질, 수수껍질, 카사바(Cassava) 폐기물 등을 연료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커피 및 녹차공장 그리고 군대, 학교 기숙사 등 목재연료 대량 소비처가 쉽게 토탄 연료를 조달 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탄(Briquette)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모든 산업시설과 가정이 효과적으로 목재연료를 대체한 연탄을 이용한다면, 이 나라의 연료정책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또한 농산 폐기물을 에너지화 함으로서 일거다득의 효과를 얻어 산림도 복구하고, 농가 소득도 늘어나서 지금보다 개선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공동체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미국 GE의 최고 경영자 잭 웰치 (Jack Welch)가 비유하여 말했던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인류 재앙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멸할 것인가 아니면 끓는 물속에서 뛰어나와 살 길을 찾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금의 상태가 늦어지고는 있지만 “후손으로부터 빌려왔다”는 아름다운 지구자연유산을 소중하게 잘 가꾸어 후손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를 결코 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