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기술사)
지난 3일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3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았다. 조사대상 177개국 중 전년도 45위에 비해 한 단계 떨어진 46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27위로 최하위 바닥권인 셈이다. 이는 세계화와 더불어 경제규모 15위, 무역 규모 8위라는 자긍심이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 못한 부패한 나라 수준이라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는 한국의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청렴도가 3년 연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각종 납품비리와 경쟁입찰 등 고질적 부패를 비롯해 교육, 의료 등 각 분야에서조차 뇌물관행이 뿌리 깊게 자라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듯 집중단속 결과 검거된 295명 가운데 공무원이 73%나 되었고 이 중 절반이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한 예로 원전 가동 중단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초래했던 원전 납품비리와 4대강 사업 비리는 부정부패의 백화점식 종합 판이나 다름이 없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의 반부패운동을 주도하는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본부, 독일 베를린)는 1993년 설립되어 설립자인 피터 아이겐(Peter Eigen)이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세계은행에서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경제개발 프로그램 관리자로 근무하던 중 후진국 개발에 장해가 되는 주요 요인이 부패라는 점을 주목하고 퇴직 후 이 기구를 만들었다. 파리, 홍콩, 요하네스버그 등 세계 각지에 100여개 이상의 단체가 산하지부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반부패국민연대”가 한국지부역할을 하고 있다. TI는 1995년에 부패지수(CPI)를 만들어 매년 발표하고 있다. 부패지수는 각국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부패 조장 정도를 파악한 것으로 괴팅겐대학의 요한 람스도르프교수와 국제투명성기구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부패도가 높은데 부패지수가 지니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뇌물을 주는 쪽에 초점을 둔 뇌물공여지수(BPI: Bribe Payers Perceptions Index)를 산출하여 1999년부터 부패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나, 2012년부터는 부패지수를 10점 기준에서 100점 기준으로 세부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회장 김거성에 따르면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말하며 “조사대상 국가에 거주하는 전문가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기업인과 애널리스트 등의 견해를 반영”한다고 하였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는 ①관리의 뇌물수수 ②공공획득사업의 커미션 ③공공자금의 횡령 ④공공 반부패노력의 효율성 등 4가지 사항에 대한 현지 외국인을 통한 인터뷰 조사를 통해 정해진다 한다.
1995년부터 시작된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한국의 경우에는 1995년 4.29점을 시작으로 1996년 5.02점 1997년 4.29, 1998년 4.2, 1999년 3.8점을 받아왔다. 2003년 4.3점을 얻어 133개국 중 50위, 2004년 4.5점에 146개국 중 47위로 2004년까지 5점을 넘지 못했으며 2005년 5.0점 159개국 중 40위를 차지했다. 2006년 5.1점으로 163개국 중 42위를 기록하였다. 2008년은 5.5점을 얻어 180개국 중 39위를 차지해 가장 높은 청렴도를 기록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1년차 청렴도가 향상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2001년 7월 부패방지법을 제정했고 2002년 1월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하였으며 2003년 2월에는 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대통령령)을 제정했다. 그리고 2005년 7월 부패방지법을 개정하고, “국가청렴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와 같이 부패방지법 개정과 국가청렴위 출범은 우리나라 공직사회 청렴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시켜 “국민권익위원회”로 출범 시켰다. 공직사회 부패척결과 청렴도 향상을 위해 조직을 더 강화하기 보다는 도리어 축소시켜 버린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정부의 부패척결 시스템의 약화는 부패인식지수를 떨어트리게 했다. 한국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08년 5.6점을 정점으로 찍은 후, 2009년(5.5점), 2010년(5.4점), 2011년(5.4점), 2012년(56점)에 이어 올해는 0.1점이 더 하락해 55점을 기록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의 연이은 하락은 최근 몇 년간 나타난 우리 사회의 권력부패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한 4대강 사업에서 발생한 거대부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으며 지난 정부의 정보책임자인 원세훈 전국정원장이 비리혐의로 기소되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국무총리 후보자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비리혐의로 줄줄이 낙마하였고 법무부차관은 성접대 동영상이 유포되는 치욕 속에 사퇴하였다. 무엇보다 원전납품비리로 많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어 올해 여름 국민들 모두가 찌는 듯한 더위 속에 큰 고통을 겪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부패지수가 뭐 길래 이리 중요할까? 한국의 부패지수가 70점대에 진입하게 되면 GDP가 5,000$ 정도 높아진다는 한국회계학회의 분석이다. 이는, 외국기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고, 한국제품과 용역 대가를 해외에서 제값을 받고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1년도 10점 만점에 5.9점인 한국의 부패지수가 OECD 평균 부패지수인 6.9만 되었어도 연간 국내 경제성장률이 약 0.65%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청렴성과 사회적 신뢰 회복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의 윤리경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청렴을 사회나 국가적 문제로 여기지 않고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런 일이 문제가 되겠어”라는 식의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 전반에 팽배하여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경제수준이나 한국의 K-POP열기의 한류수준으로 미뤄볼 때는 부패지수가 마땅히 75점대 이상이어야 할 터인데, 평균점수를 크게 떨어뜨리는 부분이 정치가 등 사회지도층의 청렴도가 낙제점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편, 올해는 91점을 얻은 덴마크와 뉴질랜드가 공동 1위를 차지했고, 핀란드와 스웨덴이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들 상위그룹 국가들은 모두 “투명성있는 공정한 사회·건강한 거버넌스 등 국가반부패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매년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고 부패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국민소득이 높은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2011년 EU경제의 골치 거리가 된 그리스는 부패지수가 3.4로 세계 80등 이탈리아는 3.9로 69등이다.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나라라고 해도 부패지수가 높으면 결국 나라가 망가지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지금 한국은 세계경제 10위권 국가이고 OECD 회원국인 한국의 부패지수가 55점으로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 못한 부패한 나라로 인정받아서는 안 된다. 그토록 잘 나가는 높으신 분들의 치부가 면면이 들어나는 것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의 공직자 부패척결 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한다. 창조경제에 따른 3만 달러 시대 진입조건은, 사회의 리더그룹인 정치인, 고위관료, 그리고 기업의 청렴도를 보다 투명하게 높혀 부패지수를 70점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주요 과제일 것이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수준으로 미뤄볼 때 당연히 20위권 이내에는 들어가야만 한다. 부정이나 부패를 무용담처럼 영웅시하는 사회 인식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언제까지 “부패 국가”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으로 갈 도리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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