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해외 공급사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높여야 할 때

시민기자 2014. 1. 27. 12:11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양춘승 박사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국내 임금이 급상승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값싼 노동력을 찾아 나갔다. 1990년대에는 저렴한 노동력 확보뿐만 아니라 현지시장 개척과 기존시장 유지 차원에서 대기업까지 해외 진출에 가세하면서 한국 자본의 해외진출이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을 초과하게 되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해외직접투자 누계액은 2,122억 달러에 달하고, 해외에 신규로 설립되거나 인수된 해외법인은 5만3천 개를 초과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이 아시아로 기업 수로는 24,091개, 투자액으로는 783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나가 사업을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최근 이들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뉴스가 자주 눈에 띈다. 금년 초에는 캄보디아에서 의류업을 하는 한국 기업 앞에서 저임금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캄보디아 공수여단이 개입하여 40여명의 사상자를 발생하였고, 지난 해 의류 공장 붕괴 사건으로 1,100여 명이 죽은 방글라데시에서도 지난 10일 신발을 제조하는 한국인 기업에서 5,000여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항의 시위를 하다 경찰의 발포로 1명의 노동자가 죽고 20여명이 다쳤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에 이어 베트남에서 조차 이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 우리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남아 후진국으로 저임금을 찾아 옮겨간 한국 기업들의 무책임한 사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다. 그렇지만 그들 나라의 여건이 너무 열악하고 인권에 대한 의식이 낮아 노동자들의 불만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그들의 생활 수준이 차츰 나아지고 노동권 등 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그간의 관행처럼 여겨지던 한국 기업의 부당 행위에 대한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및 법령제도 개선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57개국에서 발생한 우리 기업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문헌 분석과 필리핀·미얀마·우즈베키스탄 등을 현지 방문하여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해외 한국기업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 안전시설 미비, 정규직 채용기피 등 인권침해 및 부당노동행위 사례가 100건 이상 발견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얀마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월급을 공제하는 등 현지 직원들이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렸고, "한 한국기업의 현지 직원은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 서서 일하면서 순간순간 식사를 했으며 과로로 한 주에 3∼4명이 작업장에서 쓰러진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또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제소된 대부분의 사건이 아시아지역 저임금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조해체, 임금체불, 폭행, 해고 등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1970~80년대의 고도성장단계에서 한국기업들이 국내에서 노동자에 자행했던 인권침해가 시대와 장소만 바뀌었을 뿐 지금도 해외에서 똑같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기업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은 아마도 80년대 중동지역에 한국건설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그 당시 초기에 우리기업들은 선진국의 하청형태가 주를 이루었으나, 차츰 원청 기업체로 전환되는 가운데 현지에서 제 3국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는 지금도 우리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 본다. 당시 선진국에게는 홀대를 받고 있으면서도 제3국 근로자에게는 군림했던 사실들이 적지 않은 문제점으로 연계되기도 했던 것이다. 물로 국내 근로자들에게도 새로운 근로조건과 안전문제를 일깨우게끔 했던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연간 20만명 정도가 시급과 연장시급, 휴일근무를 학습하면서 국내의 노동시장에도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였던 것이다. 처음에 해외 진출할 때는 일자리만 구하면 좋았던 시절이었다. 여기에는 건설업이라는 오랜 관습에 젖은 면도 있었지만, 국내외의 경기에도 영향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우리 기능공의 낮은 임금은 선진국에서 볼 때 임금착취나 마찬가지였고, 제3국인의 인력조달에서는 더욱 그 양태가 심각하였던 것이다.

 

그 나라의 여건이 그러한데, 그에 맞춰 낮은 임금을 지불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보다도 먼저 법률과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공급사슬을 포함하여 조직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에 걸쳐 실천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사회책임에 대한 국제 지침(ISO26000)”을 고려한다면 이런 국내 기업들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 지침에 따른다면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나 UN인권선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 여러 규범에 규정된 인권 존중의 대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설사 해외의 업체가 주인이 다른 하청업체라 하더라도 자신의 영향력 하에 있는 한 자신과 동일한 정도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모든 우리 기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화의 진전과 IT기술의 발전으로 요즘은 정보화시대가 되었다. 스마트 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유트브를 통해 전세계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또 이를 이용하는 국제적인 NGO활동도 활발하다. 한 기업의 사소한 잘못도 커다란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는 한 기업의 부당한 행위가 다른 우리 기업이나 더 나아가서는 우리 국민의 안녕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명성을 쌓기는 어렵지만 이를 망가뜨리는 것은 순간이다. 지난 60~70년대 일본 기업이 우리 땅에 들어와 저질렀던 노동탄압의 행태를 우리가 지금 동남아시아에서 똑 같이 저지른다면 어떻게 우리가 일본에게 역사정의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국의 경제여건은 희망적이라기 보다는 절망상태라고들 한다. 국내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도 수익이 창출되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청년층의 실업률은 사상 최대치이다. 이제 해외로 나가야만 우리 경제의 희망이 보일 것이다. 그래서 먼저 해외에 진출한 선두기업들의 역할과 노력이 한국경제의 앞날을 리드할 수 있는 기회이자 도전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해외진출의 성공 팁은 “뼈 속까지 철저한 현지화”라고 한다. 수익성만 챙기는 수탈형의 노동착취를 통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영기법은 그야말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지금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통할 리가 없는 시대착오적인 막가파식 기업경영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여러 형태의 근로문제가 이슈화되고 있기도 하다. 한류의 물결이 지난 한 해 전 세계를 들썩이었고, 아직도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금 동남아에서는 한글배우기 열풍도 대단하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한국을 동반자로 콜하고 있는데도 몇몇 우리 기업들의 잘못된 행위가 한류의 성과를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