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내외경제]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데 자본이 들지 않는다

시민기자 2014. 7. 7. 10:30

 

김영모 교수(농학박사, 르완다 대학교 농업대학)

 

나는 “바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언제나 나는 바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등등의 후회스런 일들이 많았다. 내가 KOICA 봉사단 일행으로 수행하고 있는 아프리카 르완다 학생들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Babo"라고 칠판에 써놓고 읽으라면 잘도 읽는다. 그 뜻이 "Stupid" 또는 ”Foolish" 라고 하면 “에~~~” 하며 자기들이 바보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는 너야말로 정말 바보다” 라며 그들에게 “지금 생각할 때 5년 전의 당신이 어떠한가?” 라고 물으면 어떤 정직한 학생들은 “글쎄요 내가 바보였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어떤 학생들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가 누구냐고 물으면 ”I am your Babo"라고 대답하는 학생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바보를 깨닫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남의 도움으로 즐거웠던 적이 있느냐?” 물으면 많은 학생들이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면 “당신은 남을 얼마나 기쁘게 해 준 적이 있느냐?”고 다시 물으면 글쎄...? 하는 태도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도움을 주고받는데 이곳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도움을 받고 자기도 도움을 주겠다는 태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남을 는 데는 인색하다기보다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도덕성이 결여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알고 보니 도덕이나 예(禮)를 가르치는 교과과정이 없단다. 그래서 그런지 남을 돕는데 무상으로 돕는 것은 이들에게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같 외국인이 이 나라에서 정착을 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고, 외국인이면 무조건 돈이 많으며 그들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보상이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이들이 무상으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미뤄 생각 하는 게 잘못된 일인 것 같다.

 

이런 그들에게 3년 전 학교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봉사단 조직의 필요성과 르완다 사회 발전에 대하여 특강을 했다. “지금 밖에는 많은 이유로 학교 교육을 못 받거나 기회를 노친 배움에 굶주린 사람들이 많다. 여러분들이 가난한 그들을 사랑으로 끌어안지 않으면 르완다의 장래가 밝을 수 없다. 여러분들의 시간과 지식을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만 할애한다면 여러분들의 사회는 밝아질 것이다“ 라며 역설하고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봉사단을 결성 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서 이를 포기해야 했다. 회장 등 많은 단원들이 나에게서 금전적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터라 실망하고서 행동으로 옮겨지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 속에 포기할 수 없어서 6개월 후 다시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필자가 직접 가르치는 2학년과 4학년 학생들에게 다시 봉사단 활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대표자를 선출한 후 회원등록을 마쳤다. 곧 이어 학교당국에 “농촌 봉사단 불꽃 (Flame for Rural Development Volunteer Team)” 이란 이름으로 정식 등록하고, 곧 야간학교를 개설하였다. 학교 밖 주민들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하였으며, 봉사단원으로 교사 팀을 구성하여 수업을 시작했다.

 

적으나마 필자가 학생들에게 노트와 볼펜을 지급했다. 현재 약 100여명이 문맹자반과 2개의 영어반(Basic and Advanced)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생들은 남자보다 여자가 많으며, 연령분포는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가까이에서도 그 필요성을 잘 모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당한 학생들이 5km 밖에서도 걸어서 우리 야간학교를 다닌다. 많은 사람들이 배움을 간절히 바랐던 게 분명하였다. 그 중에는 문맹자도 있지만, 불어는 잘하는데 영어가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도 많다.

 

이 나라는 르완다어(Kinyarwanda)어가 있지만 오랫동안 벨기에 식민통치를 받아서인지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다가 1994년 엄청난 제노사이드(Genocide) 사건 후 프랑스가 현 집권당에 반한 행동을 했다고 하여 공용어를 영어로 바꾸어 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하게 되어 있다. 영어 공부 기회를 노친 젊은이는 물론 나이 든 상당한 사람들이 영어 학습이 간절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장의 노점상 아줌마부터 중등학교 선생님까지 다양한 신분의 학생들이 많다.

 

지난 6월 10일에는 우리 야간학교 졸업식을 거행했다. 이곳 대학(CAVM)이 8월까지 3개월간 방학을 맞아 수업을 담당한 봉사단 학생들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이곳 대학의 기말시험 후 곧바로 100여 명 중 영어 기초반을 제외한 영어 중급반과 문맹자 반 학생들 중 1년 간 출석 성적이 좋고 소정의 시험에 합격한 학생 17명(문맹자 9명, 영어 8명)에게 필자와 학장이 공동 서명한 수료증을 수여했다. 무산제(Musanze)시(르완다 제2도시) 부시장 및 다수의 기관장을 초청하여 대학 강당에서 조촐한 졸업식을 거행했다. 문맹자반 대표가 훌륭하게 답사를 읽었고, 영어반 학생 대표도 영어로 유창하게 답사를 낭송했다. 문맹자 반 중 특히 생각나는 학생 중 우간다에서 이곳으로 시집 온 한 여인이 르완다 말을 못하여 답답했다 한다. 덕분에 어둠에서 벗어났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감사하다면서 이들 특유의 “끌어안으며 얼굴을 비비는 인사”를 다. 이들의 이런 감동어린 행동이 필자로 하여금 이 야간학교가 영원히 존속되어겠다는 생각이 들게 다.

 

아울러 야간학교 봉사단 선생들 21명에게도 선생으로서 뿐만 아니라 개량아궁이 설치, 계단농법 그리고 경제수종 번식법(접.삽목)을 교육 받았다는 증명서를 수여하니 이들도 크게 보람을 느끼며 내게 포옹하며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였다. 이번 졸업식을 거행하며 희망의 불꽃을 보는 것 같았다.

 

봉사단 대표는 “처음 교수님으로부터 돈은 주지 않지만 기쁨으로 마음을 채워주겠다고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좋은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도교수를 따라 1년이 흘렀는데 오늘 이같이 자격증을 받고 문맹자가 답사를 읽고 졸업생들의 하나하나의 발전된 모습을 보니 교수님을 따르기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 뿌듯한 감정을 느껴 이 봉사단 활동이 사회에 빛이 되고 르완다 농촌이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식을 마치고 학장으로부터 “자랑스럽습니다. 이는 다른 어느 기증(Donation)보다 더 좋습니다. 당신은 이들에게 많은 것을 선사했습니다(Be proud, this is more than any other donation. You gave a lot to these people)" 라는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무척 기뻤다. 이런 초라한 야간학교에서 이렇게 사랑의 꽃이 필 수 있고 이것을 인정해주는 학장이 있다는 게 내게는 신기할 만큼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학교 교육 담당자는 정말 좋았고 놀라웠다며, 앞으로 이런 야간학교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며 그렇게 해 보자는 다짐을 할 때 앞으로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이런 일들이 봉사에 대한 생각을 다시 일깨워준다. 한국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불법채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10년 동안 돌봐주었던 생각이 난다. 불법채류에 따른 많은 신병과 질병 그리고 산재 위험(Risk)에 노출돼 있는 이들을 내 일이라 생각하며 돌봐주었다. 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의 명(明)과 암(暗)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다.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고, 불편과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평소 나의 소신은 봉사나 친절을 베푸는 데 돈이 안 든다는 것이었다. 내가 필요할 때 나를 찾아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기리며 핑계나 게으름으로 나태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생각들이 나를 오랫동안 그 일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했던 것이다. 함께 했던 봉사자들이 좋았고 바보스러웠지만 천사 같은 마음들이 동지애를 일으키게 하였다. 그런 저런 아름다운 열매들이 새로운 씨앗이 되어 새로이 일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는 힘들고 어려우며, 많은 희생이 요구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성녀(聖女)인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제가 세상 여러분에게 드릴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옆 사람의 손을 꼭 잡아드리는 건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 했듯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작은 일이나마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못한다고 할 수 없는 일을 나누는 것부터 출발하면 된다.

 

우리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여러분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선물 받았고 그것을 나누는데 밑천이 들지 않으니 일주일에 한 시간만 여러분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 사랑을 베풀어 보자”고 호소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 중에 “주님 오늘 하루 우리에게 일용할 사랑을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라고 하신다. 나는 “우리 봉사단 불꽃이 이 나라 방방곡곡에 퍼지고 영원하라”고 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