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내외경제] 창조경제의 기틀이 되는 녹색제품 조달을 확대해야

시민기자 2014. 10. 8. 19:01

 

 

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녹색조달은 세계적 추세이다
. Rio+20 지구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 소비·생산을 위해 공공조달을 녹색화 하는 것이 UN의 10개년 과제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 공공조달(sustainable public procurement)이 환경적, 사회적 편익을 높일 수 있는 조달정책이 시대적 요구로써 녹색조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조달청 주최로 조달청 나라장터 다수공급자계약(MAS) 평기기준 개선방안에 대한 산업계 공청회가 열렸다. 개선방안의 핵심은 기존 각종 제품인증에 대한 가점을 단순화하여 기업들이 조달계약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각종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따른 비용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정한 국가인증뿐만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민간인증을 포함하여 200여개나 되는 인증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간 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 평가기준에서는 18종이나 되는 인증에 대해 가점을 부여해 왔다. 이로 인해 인증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조달시장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산업계의 불만이 있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창조경제를 화두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산업계의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이번 조달청의 평가기준 개선방향은 경제회복을 추진하는 가운데 규제 완화 차원에서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녹색산업의 큰 틀에서 보면 그간 조달청이 추진해온 녹색제품 우선조달 정책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높다.

 

지난 정부 기간 동안에는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방침 하에 조달청이 녹색제품 조달을 공공연하게 표방하면서 최소 녹색물품 조달기준을 만들고, 녹색제품에 대한 조달 가점을 확대하여 녹색제품의 조달시장 진입을 적극 장려하여 왔다.

 

그 결과, 2013년 조달청은 총 물품구매의 24%에 달하는 약 4조원의 녹색제품을 조달하였고, 이로 인한 에너지, 자원 절약 등 환경 경제적 효과가 연간 6,5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조달청은 이러한 녹색조달을 강화하기 위해 최소녹색기준 적용제품을 약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다수공급자계약이나 우수조달물품지정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녹색제품의 공공판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환경부도 지난 2005년『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녹색제품 공공기관 조달을 지원해 왔으며, 이에 따라 환경표지 및 GR 인증제품이 법 시행전 2,500억원 수준에서 2013년에는 2조원에 달할 정도로 크게 증가하였다

 

동법제정을 계기로 2천여 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에서 1만여 종의 신규 녹색제품이 개발되어 녹색 중소기업의 시장 활로를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구매는 약 70%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녹색조달실적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이를 반영되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그간 조달청과의 협력을 통해 매년 총 3만 여개 각종 공공기관별 녹색조달 실적을 집계하여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246개), 공기업·준정부기관(117개), 지방공기업(39개)에 대해서 근거법률에 따라 공공기관 업무평가에 녹색조달 실적 반영하고 있어 정부의 조달정책 시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상황에서 이번 조달청의 다수공급자계약(MAS) 평가기준 개선방향은 그간의 조달청의 녹색조달 확대를 위한 모멘텀이 약화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저버릴 수 없다.

 

녹색기술인증, 환경표지, 우수재활용제품 인증 등 기존 녹색제품에 대한 가점은 축소되기는 하였으나 7∼6점이 계속 적용되기는 한다. 그러나 문제는 녹색제품에 대한 별도의 가점이 아니라 KS 인증, Q마크, 단체표준 등 이미 업계에 보편화된 인증과 동시에 선택적으로 인증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존 KS 인증만 있으면 녹색제품 인증을 추가로 획득하지 않아도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KS제품과 녹색제품을 현행의 GR, 환경표지, 녹색기술인증 등을 일반기술에 편입함으로써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 사장은 “그간 정부의 녹색조달 장려 정책을 믿고 기술개발을 통하여 자사 전제품에 환경표지를 인증 받아 조달시장에 참여해 왔는데, 녹색제품에 대한 혜택이 사라진다면 이제는 가격으로 싸워야 한다. 녹색제품이 일반제품 보다 원가가 더 많이 드는 상황에서 녹색제품을 계속 생산하는 것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MAS 평가 녹색제품 기술을 평가절하 시켜 종합평가한다고 하는 경우 나라장터 등록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공기관 녹색제품 의무구매 실효성이 크게 반감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와 같은 개도국도 녹색조달의 도입을 천명하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녹색행정에 관한한 선진국 그룹으로 인식되어오던 한국이 이번 제도개선으로 녹색성장 시대와 함께 녹색조달도 침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따라서, 규제완화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제도를 무리하게 완화함에 있어 개정에 따른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며, 이를 근간으로 하여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실리적이고 창조경제의 기틀을 갖추면서 녹색구매를 통한 경제활성화 목표달성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제도나 기준을 설정하더라도 현행의 방법보다 개선되지 못한 개선이 될 수 있어 국민에게 오히려 역행하는 규제완화가 될 것임을 결코 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