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 논설실장(공학박사, 기술사)
일찍이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선생은 사료의 인멸(湮滅)로 영영 잊혀질 뻔한 위인의 사적 을지문덕전(乙支文德傳)에서 이렇게 썼다. “을지문덕은 우리나라 4천년 역사에 유일무이한 위인일 뿐 아니라, 또한 전 세계 각국에도 그 짝이 드물도다!”우리 민족 역사에서 외침을 막아내고 국난(國難)을 극복한 역사의 대표적인 3대 영웅은 고구려의 을지문덕(乙支文德), 고려의 강감찬(姜邯贊), 조선왕조의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이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위대한 전공을 세운 최고의 영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한국인들은 대부분 이순신이라고 대답한다.하지만 이충무공이 활약했던 16세기 임진왜란(壬辰倭亂)보다 6세기 후반에 중원대륙을 통일한 수(隨) 제국이 모든 국력을 걸고 고구려를 침략했던 7세기 초반의 여수전쟁(麗隨戰爭)이 가장 규모가 크고 사상자가 매우 많았던 전란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612년 살수대첩(薩水大捷)으로 수조(隨朝)의 침략군을 격퇴한 을지문덕장군의 전공이야말로 우리 대외항쟁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가와 국가끼리 전쟁을 한 역사기록 속에서 가장 큰 단일전쟁은 바로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이었다. 당시 수나라가 동원한 병력이 중국의 역사 기록인 수서와 자치통감 등을 통해서 알아보면, 육군 130만 3천8백명, 해군이 10만명, 운수대(수송병력)는 육군정병의 두 배라고 하니 그 수가 무려 30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인 셈이다.
이러한 숫자는 2013년 중국이 발표한 국방백서에 현재 중국인민해방군의 총병력은 230만명(육.해.공-수송병력이 포함)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1,500년 전 300만명에 달하는 병력으로 고구려를 침공하였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인 것이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하여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며 방산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정미경 의원(새누리당)은 "방사청과 방산업체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군 출신 인맥이 연간 15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두고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과 군 당국은 방산 비리 혐의자들에게 형법상 최고 무기징역이 선고 가능하고, 군 형법으로는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이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총체적 비리는 육·해·공군의 각종 무기체계 연구개발(R&D) 과정, 퇴직자의 취업실태 등 방위산업 전반에 걸쳐 곪을 대로 곪은 방위산업 관련한 군의 비리가 전군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방위사업청 간부 등 전․현직 장성급 인사들이 수사대상에 떠오르고 있다는 소문이다. 나아가 적을 이롭게 하고 우리 군을 위태롭게 까지 하는 반국가적 이적 행위에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먼저 최첨단이라는 통영함은 방산 납품비리의 “국가대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는 국민의 혈세 1,590억원을 투입해 3,500톤급 구조함인 “통영함”을 국내기술로 건조하면서 비리의 온상이 되어 버렸다. 7조3000억 원이 들어가는 F-35 도입은 이대로 가도 괜찮은지도 차제에 집고 넘어가야만 할 것이란 얘기이다.
한편, 백군기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면서 “방산비리는 성역없이 파헤치되, 유의해야 할 점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폭로하거나 마녀사냥 식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군과 구성원의 명예훼손은 결국 군 전체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면서 일부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제외한 ”대부분 군인들의 사기진작과 명예는 지켜져야 할 것“ 이라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초대 주월 한국군사령관으로 4년여 동안 수많은 작전을 수행했던 채명신 장군의 부하사랑은 귀감이 되고 있다. "나를 파월장병 곁에 묻어달라."는 채명신 장군의 마지막 유언은 참군인의 표상과 장군의 성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너희들은 나를 믿고, 나는 너희를 믿는다. 쓰러진 전우를 그대로 두고 오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며, 장병들은 끝까지 전우들을 챙겼고, 그 결과 국군포로나 실종자가 없는 기적을 이뤄내기도 했다.
살수대첩의 영웅 을지문덕 장군은 7세기 동아시아 최대의 전쟁을 고구려의 대 승리로 이끈 위대한 군사전략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을지문덕 장군은 대승 후 평양으로 돌아왔다. 그를 맞이하기 위해 영양왕이 직접 친히 성밖 들판까지 나간 왕은 꽃가지를 그이 투구에 꽂아주며 금은보화를 하사했다.
그러나 을지문덕은 그 영광을 사양하고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이렇게 사죄했다. “상감마마의 귀중한 백성이요, 또 여러분의 소중한 아들들이요 남편인 고구려의 청년들을 전쟁에서 수없이 많이 전사시키고 얻은 승리를, 어찌 나 혼자 개인의 공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은 여기 살아서 돌아온 을지문덕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는 산과 들의 풀숲 사이에 쓰러진 돌아오지 못하는 용사들인 것입니다”
문덕(文德)이라는 호칭으로 보아, 을지문덕은 지략 외에 문(文)에 능하였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덕망(德望)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을지문덕은 고향인 증산으로 돌아가 베옷을 입고 남은 생을 근신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가 전쟁에서 대승해서라기보다는 이러한 마음과 말을 남겼기에 우리는 더욱 그를 “을지문덕”으로 칭송해 마지않는 것이다.
모든 영예를 벗어 던지고 나서 조용히 초야에 묻혀 여생을 보낸 을지문덕 장군, 명량대첩에서 12척의 배로 왜적을 격퇴하고 유탄에 맞아 장렬히 전사한 이순신 장군, 채명신 장군의 부하사랑은 군인이 아닌 우리에게도 영원한 귀감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선조 명장들의 DNA가 혈관 속에 흐르고 있을진데 오늘의 비리에 젖은 “장군들”은 과연 누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의 정치적 개입과 각종 비리는 선조들의 영웅적 군인정신을 다 팽개쳐 버리고 일신상의 영욕만을 위해서 국가와 민족을 배신한 이적행위의 변절자적 행태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고 부끄럽다. 군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된 군피아(군대+마피아)등 비리 요인이나 무기 성능을 부실하게 만드는 제도들을 지속적으로 보완 하겠다”고 강조했다. 차라리 할복이라도 해서 명예회복을 해야 하지 않을까 묻고 싶어진다.
평소 부하를 자신의 수족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채명신 장군의 고귀한 정신은 “장수의 덕목인 지장과 용장, 덕장의 면모를 구비한 진정한 참 군인이자 군신”이라 하겠다. 그래서 죽어서도 장병들의 묘지에 함께 묻혀 그들을 위로하고 함께하려는 정신이야말로 이시대의 군인정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이번 기회에 “군피아(군대+마피아)와 방산비리”를 근본적으로 퇴치할 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도 될지 국민들은 눈여겨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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